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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by 와이모드 2022. 6. 16.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Josse, The tiger and The fish.)

  • 개봉: 2004.10.29
  • 장르: 드라마, 로맨스
  • 감독: 이누도 잇신
  •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는 일본 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영화다. 일본 특유의 담백하면서도 쓸쓸한 감성과 오래된 필름 사진 같은 색감을 온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관객의 감정을 자극하거나 인위적으로 끌어내기보다는 조용히 다가와 스며드는 영화, 그것이 일본 영화의 매력이고 또 그것을 대표할 수 있는 영화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가 아닐까 싶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는 걷지 못해 자신만의 공간에 갇혀 살아가던 조제(이케와키 치즈루)와 남자 주인공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가 만나 사랑을 시작하고 그 사랑을 통해 행복하고 슬프다가 결국 이별하기까지 모든 과정을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게 그려낸 작품이다.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제작된 영화라서 전체적인 분위기나 감정, 내용 등이 섬세하고 억지스러운 연출이 없다. 특히 츠마부키 사토시, 이케와키 치즈루, 우에노 주리는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대표 배우들이다. 이들을 한꺼번에 스크린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이유는 충분하다.

사랑의 시작과 끝.

츠네오는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매일 밤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른 아침 언덕길에서 빠른 속도로 굴러 내려오는 유모차를 막아 세우게 되고, 유모차에 타고 있던 쿠미코를 보게 된다. 다리가 불편해 걸을 수 없었던 쿠미코는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새벽시간대에만 할머니가 끄는 유모차를 타고 산책을 해왔다. 사고를 막아준 고마움을 식사대접으로 표현하고 싶었던 할머니의 초대로 츠네오는 쿠미코의 집까지 방문하게 된다. 쿠미코에게 편견의 시선을 느끼지도, 주지도 않은 채 오히려 호기심을 갖게 된 츠네오. 매일 조제를 찾아가 말동무가 되어 주면서 조금씩 둘만의 사랑이 싹튼다. 그리고 그런 츠네오에게 쿠미코는 자신의 이름을 조제라고 부를 것을 강요한다. 조제는 소설책 속 여주인공의 이름이었는데 연인과의 이별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여성이었다.

조제는 츠네오와 시간을 보내면서 세상을 배우게 된다. 늘 가림막이 쳐진 유모차를 타고 다니며 세상과 단절되어 왔으나 츠네오와 함께하면서 조금씩 무섭게만 느껴졌던 세상을 똑바로 쳐다보기 시작한다. 하지만 조제가 상처받는 일을 미리 차단하고 싶었던 할머니의 의해 두  사람은 한동안 만날 수 없게 된다. 이후 할머니가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조제와 츠네오는 이전보다 더욱 서로에게 의지하며 진실한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된다. 이들의 사랑이 온전히 사랑이었던 어느 날, 조제는 츠네오에게 호랑이를 구경하러 가자고 말한다.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제일 무서운 호랑이를 꼭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조제에게 호랑이는 그리 무서운 존재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너무 사랑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두 사람.

서로 충분히 가까워지면서 츠네오는 조제를 가족들에게 소개하려 제사에 데려갈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츠네오 주위 사람들은 가족들이 조제를 반기지 않을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한다. 조제의 집과 그 주변을 맴돌며 그려졌던 그들의 사랑이 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떠나는 길 위에서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하게 되면서 균열이 생긴다. 특히 화장실을 함께 갈 수 없는 상황을 통해 두 사람은 각각 현실의 벽을 느낀 것처럼 보였다. 결국 그날 츠네오와 조제는 가족에게 가지 않고 행선지를 바꿔 바다를 보러 간다.

조제는 자신의 현실이 츠네오의 현실에서 온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분노나 슬픔, 좌절보다는 오히려 츠네오에게 받았던 사랑을 온전히 느끼며 천천히 이별을 준비한다. 하룻밤을 보내고 난 후 두 사람은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츠네오는 출근길에 나서고, 조제는 츠네오를 배웅한다. 그렇게 문을 나선 츠네오는 다시 조제에게 돌아가지 않았고, 결국 두 사람은 이별한다. 츠네오는 이별 뒤 눈물을 흘리고, 조제는 전동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생선을 구워 먹으며 담담한 일상을 보내는 장면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나의 연애가 끝난 것 같은 기분. 모두 씩씩하게 살아가길.

조제의 이별이 곧 나의 이별 이야기인 것처럼 느껴진다. 사랑은 무서운 호랑이를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힘을 주지만, 끝이 나면 결국 다시 혼자 헤엄쳐 나가야 하는 물고기라는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직접적인 대사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들의 사랑과 이별의 과정이 어느 한 지점에서 모두 공감되기에 더 먹먹했던 것 같다.

하루 동안 가장 무서웠던 호랑이를 보고, 가장 좋아하고 꿈꾸던 일을 경험한 조제에게 츠네오는 오래도록 기억될 사람일 것이다. 이별이 찾아와 다시 깊은 바닷속에 살게 된다고 해도 데굴데굴 굴러다닐 수 있게 된 것만으로도 조제의 삶은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사랑이 결국 이별로 마무리되었으나 결국 스스로 자립하여 휠체어를 타고 다니고, 생선구이 한 조각에 밥을 차려먹는 조제의 마지막 모습에서 안도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앞 뒤 가리지 않고 불타올라 한 줌의 재가 되어도 상관없을 듯했던 그 마음. 함께라면 모든 것이 두렵지 않았던 마음. 그 순수했던 감정을 그리워하면서도 현실적인 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이별했던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는 배우고 성장한다. 조제에게 호랑이는 무서운 현실이었으나, 츠네오와 함께 보게 된 그 순간부터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별은 바다처럼 다가왔으나 결국 물고기들처럼 스스로 헤엄쳐 조금씩 나아가는 것을 암시하는 게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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